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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 영화 <첨밀밀> : 그리움의 파도, 시간의 간극, 사랑의 집착

by smallfam82 2025.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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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이미지는 영화 홍보를 위한 포 스터 이미지입니다.

 

1996년작 영화 <첨밀밀>은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두 청춘, 여소군(여명 분)과 이요(장만옥 분)의 10년을 넘나드는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같은 날 홍콩에 도착한 두 사람은 우연한 만남으로 얽히게 되며, 낯선 도시에서 생존과 정체성 사이의 줄다리기를 시작합니다. 소군은 텐진 출신의 순박한 청년으로, 가족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 애쓰는 현실적 인물입니다. 반면 이요는 광저우 출신의 여성이자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야망을 지닌 인물로, 생존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입니다. 처음엔 친구처럼, 그다음엔 연인처럼 가까워지지만, 삶의 무게와 타이밍은 두 사람을 계속 함께 있게 두지 않았습니다. 헤어짐과 재회를 반복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멜로드라마를 넘어 90년대 홍콩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타고 더 깊은 현실감과 정서를 불러일으킵니다. 영화는 단지 두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의해 떠밀리고, 감정에 의해 부유하는 모든 이들의 흔들리는 마음을 그려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감정의 중심에는 등려군의 노래 ‘첨밀밀’이 있습니다. 이 곡은 그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동시에, 영화 전반의 정서적 리듬을 이끌며 관객의 감정을 끊임없이 자극합니다. 특히 음악과 장면이 함께 어우러질 때 전달되는 감정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며, 추억과 현실의 경계에서 무너지던 기억들을 서서히 떠올리게 만듭니다. 결국 <첨밀밀>은 누군가를 잊지 못하는 마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믿고 싶은 인간의 본능을 이야기합니다.

 

아무 말 없이 멀어져 가는 마음들

<첨밀밀>이 전하는 감정의 진폭은 ‘그리움’이라는 단어에 가장 가깝습니다. 영화는 사랑을 직선적으로 풀지 않고, 오히려 비껴나가는 시선과 타이밍의 어긋남으로 그리움이라는 정서를 더 깊게 만듭니다. 이요와 소군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그 마음을 명확하게 꺼내놓지 못합니다. 현실의 무게와 가난, 가족에 대한 책임,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는 두 사람의 사랑을 끊임없이 밀어냅니다. 무엇보다 소군에게는 고향에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이 마음의 족쇄처럼 남아 있었고, 그 존재는 이요와의 관계를 쉽게 앞당기지 못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거리감이었습니다. 특히 소군은 안정적인 삶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했고, 이요 역시 그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외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처럼 영화 속 인물들은 종종 말을 아낍니다. 그들은 침묵으로 사랑을 건네고, 무표정으로 이별을 고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폭풍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가 숨어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시간 동안, 관객은 오히려 그 말들 사이의 간극에서 더 깊은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감정이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기에, 우리는 그 침묵의 의미를 더 절실하게 받아들입니다.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는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뉴욕의 거리에서 ‘첨밀밀’이 흘러나오고, 그 음악을 따라 두 사람이 마침내 다시 마주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그들이 겪었던 오랜 그리움과 애절함이 정점에 이르는 순간입니다. 관객은 그 순간 단순한 반가움이 아니라, 말로 표현되지 못했던 수많은 감정이 응축된 응시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것은 단지 두 사람만의 감정이 아니라,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루지 못한 사랑과 그에 대한 아련함까지도 자극합니다. 이는 어떤 고백보다 더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첨밀밀>은 사랑을 외치지 않습니다. 대신, 이별 이후에도 남아 있는 마음의 파편들을 천천히 보여줍니다. 잊으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감정의 흔적은 그 자체로 한 편의 긴 여운이 됩니다. 그렇게 관객은 이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한때 사랑했으나 붙잡지 못했던 그 누군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각자의 삶 어딘가에서 조용히 살아 숨 쉬고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떠나보냈으나 사라지지 않았던 것들

이 영화는 단지 한 쌍의 남녀가 만났다 헤어진다는 서사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첨밀밀>은 ‘시간’이라는 거대한 주제 아래, 인연과 이별, 그리고 우연과 필연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요와 소군은 몇 번이나 엇갈리고, 같은 도시 안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갑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 반복되는 어긋남을 단순한 우연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관계는 마치, 시간을 건너야만 닿을 수 있는 두 사람의 길처럼 느껴집니다. 그렇게 영화는 두 사람 사이에 놓인 긴 시간의 강을 조용히 따라가며, 그 강을 건너려는 여정을 섬세하게 비춥니다. 특히 이민자의 삶이라는 배경은 시간의 간극을 더욱 실감 나게 만듭니다. 홍콩은 두 주인공에게 기회의 도시이자, 동시에 익숙함과 고립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매일같이 밀려드는 노동과 생존의 압박 속에서, 그들은 과거를 밀어내려 애쓰면서도 결국엔 다시 그 시절로 회귀하고 맙니다. 그들은 시간을 따라 적응해 가지만, 동시에 과거의 감정은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계속해서 그들을 부릅니다. 이런 구조는 이 영화가 사랑 이야기임과 동시에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함을 시사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사랑은 사라질까요? 아니면 형태만 바뀐 채 남아 있을까요?' 영화는 그 물음에 정답을 주지 않지만, 대신 그 흐름 속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아냅니다. 잊는다는 것은 과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안은 채 현재를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과정이라는 듯 영화는 말없이 전합니다. 이요와 소군은 각자의 인생을 살지만, 마음의 한 귀퉁이는 여전히 과거를 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사는 단순한 멜로드라마를 넘어, 관객에게 삶의 일부로서 사랑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를 묻습니다. 결국 <첨밀밀>은 시간을 넘어 지속되는 감정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그 감정이 삶을 얼마나 지탱해 줄 수 있는지를 조용히 증명합니다.

 

사랑은 기억이고, 기억은 존재의 이유입니다

<첨밀밀>은 궁극적으로 ‘기억’이라는 가치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색합니다. 영화 속 사랑은 현재형보다는 과거형에 가까우며, 그 기억이 삶에 얼마나 깊숙이 남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요와 소군은 완전한 해피엔딩을 향해 나아가지 않습니다. 그들은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고, 다양한 감정과 상황을 지나 다시 만납니다. 하지만 그 만남이 중요한 이유는, 사랑이 단절된 감정이 아니라 이어지는 기억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뉴욕 거리에서 등려군의 노래를 들으며 우연히 마주친 장면은 마치 오래된 기억이 되살아나는 순간처럼 다가옵니다. 흘러나오는 음악은 곧 과거의 시간을 끌어올리는 신호처럼 작용하며, 그 순간 두 사람의 눈빛은 수많은 감정을 압축한 하나의 장면이 됩니다. 이는 단순한 서사적 장치가 아니라, 관객에게 “당신은 당신의 기억을 어떻게 안고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삶은 종종 선택과 후회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들 뒤에는 수많은 감정의 잔상이 남습니다. <첨밀밀>은 이 잔상을 소중하게 다루며, 그것이 단지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지탱해 주는 정서적 기둥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그리움은 잊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점도 영화는 조용히 강조합니다. 인물들은 잊지 않기 때문에 아프고, 그 아픔 때문에 다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첨밀밀>이 주는 교훈은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사랑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존재하며 삶 곳곳에 남아 우리를 이끌고, 그 기억은 고통일 수 있으나 동시에 삶을 증명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이러한 복합적 감정을 어떤 과장도 없이 담담하게 풀어내며, 관객 스스로 자신만의 ‘첨밀밀’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곧 삶의 방향을 정하는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열어둡니다.

 

🔚 마무리하며 _ 마음 깊숙이 스며드는 한 노래처럼

<첨밀밀>을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단연, 뉴욕 거리에서 흐르던 ‘첨밀밀’이라는 노래입니다. 그 익숙한 멜로디가 흐르는 순간, 저 역시 잊었다고 생각했던 학창 시절의 추억에 젖은 누군가를 떠올렸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감정, 부딪히지 않아도 남아 있는 그리움, 그리고 돌고 돌아 다시 마주쳤을 때의 떨림까지, 이 모든 감정이 하나의 장면에 응축되어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저에게 "그 시절, 그 사람"을 단지 과거의 흔적으로 치부하지 말고, 지금 내 삶을 이루고 있는 조각으로 인정하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인연은 남고, 그 인연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첨밀밀>은 그 사실을 조용히 확인시켜 주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이 얼마나 감정으로 가득 찬 순간의 연속인지 일깨워줍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사랑이 반드시 함께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님을 배웠습니다. 기억 속에 남는 사랑, 가슴에 묻은 인연, 그리고 때로는 말하지 못한 고백도 결국 그 사람을 사랑했다는 증거임을 느꼈습니다. 그 감정은 비록 현실 속에서 완성되지 못했을지라도, 여전히 제 안에서 살아 움직이며 저를 다른 선택으로 이끌고, 또 다른 사람을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되었습니다. <첨밀밀>은 감정을 소비하게 만들지 않고, 감정과 함께 살아가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오래 기억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묘하게 저려오는 등려군의 노래처럼, 이 작품 역시 시간이 흘러도 제 마음 한쪽에서 계속 울리고 있을 것이며,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앞으로의 삶 속에서도 제게 조용히 길을 밝혀주는 불빛 같은 존재로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불빛은 어둡고 불확실한 길 위에서도 제 발걸음을 멈추지 않게 하는 작은 위로이자 용기가 됩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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